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충격이 주식 시장을 뒤흔들 때, 투자자들은 공포와 기대 사이에서 갈팡질팡합니다. AFW 파트너스 이선엽 대표는 이러한 혼란을 '성장통'으로 규정하며, 장기적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볼 것을 강조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의 핵심 주장과 그에 대한 균형 잡힌 비판적 시각을 함께 살펴봅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 하락은 일시적인가
AFW 파트너스의 이선엽 대표는 역사적 사례를 근거로 "전쟁으로 인한 하락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를 촉발한 1·2·3차 중동전쟁 당시 미국 증시는 1974년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6년간 이전보다 더 크게 상승했습니다. 방산·건설·인텔로 대표되는 컴퓨터 산업 등 새로운 산업이 부흥한 것이 핵심 요인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은 미국의 대공황을 탈출시켰고, 한국전쟁은 패망한 일본을 재건시켰으며, 베트남전은 한국 산업화의 간접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선엽 대표는 이번 미국-이란 간 전쟁 역시 한국 반도체·방산 수출 등 새로운 산업 부흥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특히 트럼프가 의회 승인 없이 시작한 이번 전쟁은 전쟁 권한법상 최장 90일(기본 60일, 철수 조건 30일 추가)로 제한되며, 전쟁 예산 자체가 주어지지 않아 장기화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나토와의 갈등 심화, 중동 내 미국 동맹 신뢰 훼손, 달러 기축통화 지위 약화, 위안화 위상 제고, 러시아의 반사이익 등을 감안할 때 트럼프가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없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반대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쟁이 유가 상승을 자극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점화되고, 코로나 이후 아직 진정되지 않은 물가에 고금리 기조가 겹칠 경우 미국의 막대한 부채와 사모 대출 부실이 연쇄적으로 터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존재합니다. 이선엽 대표 스스로도 이 '취약한 연결 고리'를 우려 요인으로 언급했습니다. 전쟁이 영토 분쟁 없이 제한전 성격을 띤다 해도, 예상치 못한 확전이나 에너지 공급망 충격이 발생할 경우 증시 하락은 단기에 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전쟁 → 단기 하락 → 장기 상승'이라는 공식이 항상 성립하려면, 인플레이션과 부채 변수가 통제되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밸류에이션: 저평가인가, 피크아웃 위험인가
이선엽 대표가 가장 강하게 주장하는 부분이 반도체 밸류에이션입니다. 그는 "가격이 올랐지만 가격보다 실적 전망이 더 크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비싼 게 아니라 오히려 저가"라고 단언합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이익이 40조 원 초반이었으나, 최근 한 분기 이익이 57조 2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고정 가격(계약 판매 가격)이 달에 50%, 100%씩 오르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HBM·비램 등 메모리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는 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공급을 시장 필요량의 30%도 안 되는 수준으로만 늘리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 등 외국 증권사들도 이 수급 불균형이 최소 2030년까지는 해소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상태입니다.
내년 이익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시장 예상대로만 나와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기업이 됩니다. 현재 세계 1위인 엔비디아와 비교했을 때 시가 총액은 엔비디아의 1 수준에 불과하므로, 이 격차가 좁혀지는 것만으로도 큰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논리입니다. 또한 삼성전자는 비메모리(맞춤형 칩) 사업에서 TSMC와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으며, 메모리 공급을 지렛대로 비메모리 수주를 확대하는 전략(이른바 '끼워 팔기')을 통해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을 동시에 키우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HBM 및 비램 분야에서 확고한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낙관론 일색으로만 보기 어려운 요소들도 있습니다. AI 투자 사이클이 과열 논란에 휘말리고 있으며,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대비 실제 ROI(투자 대비 수익성) 검증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만약 빅테크가 AI 데이터 센터 투자 속도를 늦추거나, 공급망 정상화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다면 반도체 업황은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국면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 특유의 극단적 사이클성을 감안할 때, '수요 급증·공급 제한'이라는 현재 공식이 영속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투자자로서는 실적 모멘텀을 추종하되, 사이클 전환 신호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이중적 시각이 필요합니다.
한국 방산 수출 모멘텀: 글로벌 대호황인가, 외교 변수 앞의 모래성인가
이선엽 대표는 이번 전쟁이 한국 방산 산업에 '획기적 전환점'이 되었다고 강조합니다. 핵심 논거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자국 무기 재고가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임이 드러났으며, 적정 수준 회복까지 수년이 걸립니다. 이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무기를 주문할 수 없다는 의미이며, 그 수요가 한국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와 나토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유럽 국가들이 미국 무기 주문을 한국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노르웨이가 미국 주문 물량을 한국으로 돌린 사례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방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높은 유럽은 사실상 한국 외에 대안이 없는 상황입니다. 셋째, 천궁의 명중률 96% 이상으로 대표되는 실전 검증된 성능과 가격 경쟁력, 신속한 납기가 삼박자를 이루고 있습니다. 중동 국가들도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한국 방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선엽 대표는 한국항공우주, 넥스원, 에어로 등 대부분의 방산 기업들이 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물론 이 장밋빛 시나리오에 대한 반론도 중요합니다. 방산 수출은 민간 소비재와 달리 상대국의 정치·외교 변수에 극도로 민감합니다. 정권 교체, 외교 관계 악화, 미국의 방산 수출 경쟁 재개 등이 맞물리면 수주 계약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정학적 긴장 완화나 평화 협정 체결이 이루어질 경우, 방산 모멘텀은 예상보다 빠르게 식을 수 있습니다. 한국 방산 기업들의 생산 능력이 급증하는 글로벌 수요를 실제로 소화할 수 있는지도 점검이 필요합니다. 주가가 이미 호재를 상당 부분 선반영한 상태에서 외교 변수 하나가 급격한 주가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이선엽 대표의 분석은 역사적 사례와 구조적 논리를 결합한 설득력 있는 시각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부채 연결 고리, 반도체 사이클 전환, 방산 외교 변수라는 세 가지 리스크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장기적 트렌드를 읽되, 변수마다 시나리오를 다층적으로 준비하는 투자 접근이 현 시장에서 가장 현명한 태도일 것입니다.
[출처]
지식인 초대석 - 한석준 / AFW 파트너스 이선엽 대표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lm2URqHD1nY&t=63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