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9년 검은 목요일부터 2008년 금융위기까지, 자본주의는 반복적으로 붕괴와 회복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위기의 서사는 진실의 일부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경제 대공황의 본질을 거시경제적 구조, 대처니즘의 명암, 양적완화의 장기적 리스크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1929년 대공황과 거시경제 구조의 실패
1920년대 미국은 이른바 '광란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1929년 3월 취임한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 두려움이 전혀 없습니다. 오직 희망에 찬 밝은 미래만 있을 뿐입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실제로 GDP는 42% 성장했고, 평균 소득은 1,500달러에 달했으며, 실업률은 4% 이하였습니다. 월스트리트의 주식 시장은 투기장으로 변했고, 돈이 100만 원이면 열 배인 1천만 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구조가 일상화되었습니다.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주가가 이제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 고점에 도달했다"고 선언했고, 1929년 9월 다우 주가 지수는 382를 기록하며 역사상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1920년부터 1929년 10월 이전까지의 다우 지수 누적 상승률은 무려 245%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1929년 10월 24일 검은 목요일이 찾아왔습니다. 대표적인 우량주였던 GE(제너럴 일렉트릭)는 396달러에서 210달러로 반토막 났고, 이날 거래된 주식은 종전 최대치인 400만 주의 세 배가 넘는 1,290만 주에 달했습니다. 1929년부터 1932년 7월까지 미국 증시의 시가 총액 90%가 증발했으며, 9천여 개 이상의 은행이 문을 닫고 1929년에서 1933년 사이 미국 은행의 3분의 1이 파산했습니다.
방송은 이 위기를 설명할 때 투기 심리, 황금만능주의,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로 대표되는 사치와 향락, 그리고 알 카포네의 무료 급식소 이야기처럼 자극적인 일화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합니다. 이런 서술 방식은 대중의 이해를 돕는 데 유효하지만, 위기의 본질을 단순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대공황의 핵심적 원인은 개인과 집단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선 거시경제적 구조의 실패에 있었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대공황 초기 통화 공급을 오히려 긴축하는 정책 실패를 범했습니다. 이후 대공황을 평생 연구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008년 위기 때 이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 양적완화(QE)를 단행합니다. 또한 영상에서 언급된 것처럼, 상위 0.5~1% 계층이 미국 전체 부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가정의 80%는 은행 예치금이 전혀 없었다는 극단적인 소득 재분배 실패는 총수요 자체를 붕괴시키는 구조적 취약성이었습니다. 과잉 설비와 과잉 생산, 그리고 수요와 공급을 고려하지 않은 기업 운영, 기업 재무 수치 부풀리기를 막는 시장 규제 장치의 부재 역시 핵심 원인이었습니다. 1997년 한국의 IMF 외환위기가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경제 위기는 개인의 탐욕이 아니라 제도적 안전망의 붕괴에서 비롯됩니다.
영국병 탈출과 대처니즘의 명암
1970년대 영국은 이른바 '영국병'이라 불리는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최강대국의 자부심을 미국에게 빼앗긴 영국은 제조업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었고, 메이드 인 UK(Made in UK) 제품을 영국 사람 스스로 외면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두 자릿수에 달했고, 노동 생산성은 오히려 저하되었습니다.
1978년 말부터 1979년 초에는 역사에 '불만의 겨울'로 기록된 역대급 파업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14년 만의 역대급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이란 석유 파동으로 물가는 폭등했고, 유조차 운전 기사들의 임금 인상 파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석유 운송이 중단되자 공장과 발전소는 물론 병원과 학교까지 문을 닫았고, 1979년 1월 22일 하루에만 150만 명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가했습니다. 런던 레스터 광장에는 환경 미화원들의 파업으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리버풀에서는 묘지 무덤을 파는 사람들과 화장터 관리인들까지 파업을 선언해 사회 전체가 공황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 혼란 속에서 마거릿 대처가 등장합니다. 대처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탄광 20여 곳을 폐쇄하고, 파업에 대응하기 위해 비노조원 운수 노동자를 확보하고, 발전소에 석탄을 미리 비축하며, 발전 방식을 석유로 전환하고, 해외 긴급 석탄 수입 방안까지 사전에 준비했습니다. 파업 진압을 위해 경찰 기마대를 투입하고 "다음에는 탱크를 보내겠습니다"라는 발언으로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파업 기간 동안 약 1만 명의 불법 시위자가 체포되었고 그 중 8천 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방송은 대처의 이러한 결단력을 영국 경제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한 지도자적 행위로 서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대처니즘(Thatcherism)의 절반만을 본 것입니다. 대처의 민영화 및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은 분명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경제 효율성을 높이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공서비스의 질적 악화, 빈부격차의 심화, 탄광 지역 공동체의 붕괴라는 극심한 사회적 비용이 뒤따랐습니다. 광부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물리적 진압, 그리고 '영국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희생된 수많은 노동자 계층의 이야기는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경제적 효율성의 회복이 반드시 사회 전체의 번영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균형 있게 조망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와 양적완화의 장기적 리스크
브레턴 우즈 협정(1944년)으로 탄생한 국제 통화 질서는 금 1온스를 35달러로 교환해 주는 금태환 제도를 기반으로 했습니다. 1947년 미국은 전 세계 금의 70%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베트남 전쟁으로 달러 발행량이 급증하면서 금과 달러 사이의 불균형이 심화되었고,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이 달러 신뢰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른바 트리핀 딜레마의 현실화였습니다. 결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1년 8월 15일 금태환 중지를 기습적으로 발표하는 닉슨 쇼크를 단행했고, 이후 1976년 자메이카 킹스턴 합의를 통해 고정환율제는 변동환율제로 전환되었습니다.
2008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전 세계 금융 시장이 다시 한 번 붕괴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대공황 연구의 권위자였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시장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라는 전례 없는 정책을 단행했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의 자금으로 기업의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이 방식은 기존의 은행 대출 원칙을 깨는 것이었습니다. 버냉키 의장은 이를 두고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구해야 한다"고 표현했고, 이 때문에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 이사회는 2010년, 2012년에 걸쳐 1차, 2차, 3차 양적완화를 진행하며 무려 4조 5천억 달러를 시장에 공급했습니다. 그 결과 2008년 10%까지 치솟던 실업률은 2014년에 5.9%로 하락했고 2015년에는 경기 회복이 이루어졌습니다.
방송은 이 과정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서술하지만, 양적완화가 초래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분석은 다소 피상적입니다. 무제한 유동성 공급은 자산 가격 거품을 다시 키우고 국가 및 가계 부채를 폭증시켰습니다. 일본 버블 경제 당시 도쿄의 땅값이 3배로 뛰고, 은행들이 담보 가치를 과대 평가해 120%까지 대출을 해 주었던 구조와 본질적으로 유사한 왜곡이 전 세계적으로 반복된 것입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또다시 대규모 양적완화가 이루어졌고, 바이든 대통령과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진단했다가 결국 2021년 말 이를 번복하며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후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은 전 세계 자산 시장과 가계 부채 구조에 연쇄적 충격을 안겼습니다. 양적완화는 위기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더 큰 위기의 씨앗을 미래로 이연시킨 측면이 있습니다.
경제 위기의 역사는 단순히 탐욕스러운 개인이나 집단이 불러온 사건이 아닙니다. 거시경제 구조의 실패, 신자유주의 정책의 사회적 비용, 양적완화의 장기적 부작용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인 현실입니다. 화려한 스토리텔링 뒤에 가려진 구조적 진실을 직시하는 것, 그것이 역사에서 배우는 진정한 방법입니다.
[출처]
영상: 한순간에 바뀌는 화폐 가치💸 전 세계를 혼란에 빠트린 세계사 속 경제 대공황 | 벌거벗은세계사
채널: tvN STORY / https://www.youtube.com/watch?v=cgOmMo5wFDg